은행권은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순이자마진(NIM) 하락 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간 차이) 공개 제도가 은행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또한 NIM 개선에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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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MMDA 제외)은 617조2160억원으로 전달 보다 9조3846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12월말 659조원에서 올해 2월 663조원, 3월 672조원, 4월 666조원, 5월 670조원, 6월 675조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7월(640조원)부터 급감세다. 최근 3개월만에 23조원 가량이 빠진 것이다.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전월보다 4조3386억원 감소한 670조77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하락 전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요구불예금 급감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면서 저원가성 예금을 어떻게 확대하느냐를 고심하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공시도 시작되면서 NIM 개선에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도 타개해야 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유동성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기관 및 기업 또한 단기간이라도 금리를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완벽한 저원가성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직장인 월급 통장으로 사용되는 비중과 중소 사업자의 사업자금 유동성 통장으로 사용되는 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많은 혜택이 수반돼야 하므로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킹통장 유치 경쟁…케이뱅크 2.5%까지 올려
저원가성 예금이 말라붙으면서 은행권은 요구불예금 일종인 ‘파킹통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은 모두 연 2%대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최근 파킹통장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연 2.1%에서 2.3%로, 다시 2.5%로 0.2%포인트씩 두번 인상했다. 이는 은행권 파킹통장 중 최고 수준이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8일 파킹통장 ‘세이프박스’의 금리를 연 2.0%에서 2.2%로 올린 바 있다.
저축은행 등 일부 상품의 경우 연 금리가 3%를 넘어서며 일반 예·적금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 이날 웰컴저축은행은 보통예금 상품의 기본 금리를 연 0.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WELCOME 직장인사랑 보통예금(파킹)은 기본 연 2%, 최고 연 3.5%의 금리가 제공된다.
OK저축은행의 ‘OK세컨드통장’의 최대 금리는 연 3.3%,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파킹통장’과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스 파킹통장’이 각각 연 3.2%의 금리를 적용한다.
증권가에서도 국내 주요 은행들의 수익성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은행권에 대한 예대금리차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공산이 크다”며 “금리 상승에도 은행 NIM 개선 추세가 이전보다 약화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