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먹과 물 다스리는 일…착각하는 붓이 나대지 말라고 [e갤러리]

△모두의갤러리서 제자 이숙희와 2인전 연 문봉선
일필휘지 먹빛 세상의 '수묵화 대가'
현대도시풍경 그린 수묵풍경화 이후
소나무·물·바람·산 등 수묵의 자리로
세월 농담 묻힌 절정의 '인왕산'까지
  • 등록 2023-09-18 오전 10:09:47

    수정 2023-09-18 오전 10:09:47

문봉선 ‘인왕산’(2022), 한지에 먹, 220×122㎝(사진=모두의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삐죽한 봉우리로 겁을 주는 법이 없고 헐거운 산세로 실망시키는 법도 없다. 가깝다고 했는데 저만치 떨어져 있고, 다 갔다고 했는데 더 가라 한다. 그 산, 인왕산이 눈앞에 있다. 폭 2m를 넘긴 한지는 먹기운 아니, 산기운을 먹고 바짝 긴장했다.

무여 문봉선(62·홍익대 교수). 우린 그를 수묵화의 대가라 부른다. 일필휘지, 한 번 뻗으면 망설이는 법이 없는 그의 붓길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큰 붓으로 한호흡을 품고 마치 부드러운 난을 치듯 쳐 올라가니. 특히 그렇게 세운 소나무는 웅장한 기백으로 주위를 입 다물게 했다.

1980년대 현대도시의 풍경을 그린 수묵풍경화로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등을 휩쓸었지만, 돌연 ‘산’으로 돌아갔더랬다. 본디 수묵화가 있던 그 자리로 되돌리자 한 건가. 그러곤 끝내 “진경산수의 맥을 이었다”는 평가까지 끌어냈다. 이후엔 물에도 바람에도 곁을 내줬지만, 그 마음이 어디 가겠는가. ‘인왕산’(2022)에는 그 세월의 농담이 묻어 있다. 그만의 소나무도 들어 있다.

오로지 먹과 물을 다스리는 일이다. 착각하는 붓이 나대지 말라고 늘 붙든다. 허투루 삐져나가는 법이 없다.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계동2길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 모두의갤러리서 두레 이숙희와 여는 2인전 ‘동행·동행(同行·洞行)에서 볼 수 있다. 두 작가는 사제지간이다. “인왕산 아래에서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며 틈틈이 쌓아온 수묵·삶의 이야기를 펼친다”고 했다. 스승의 기개를 닮아 제자는 여리지만 서릿발 같은 꽃을 피웠다.

이숙희 ‘모란’(2022), 한지에 수묵담채, 30×40㎝(사진=모두의갤러리)
이숙희 ‘붓꽃’(2022), 한지에 수묵담채, 30×40㎝(사진=모두의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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