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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1년]⑥개헌, 사실상 좌초…책임은 어디에
- 지난 3월 26일 국회 본청에서 김외숙 법제처장 등이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진정구 국회 입법차장에게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정구 입법차장, 한병도 정무수석, 김외숙 법제처장,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3월 1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의 헌법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선 때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대통령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는 오히려 개헌을 좌초시키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는 나타냈다. 이 발언이 있고 11일 뒤인 같은 달 26일 대통령의 개헌안이 발의됐다. 그리고 심 의원의 우려대로 개헌은 좌초 위기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에 추진하려고 있던 주요한 과업 중 하나가 개헌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고, 그 시기로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를 주장해 왔다. 국회 역시 이같은 흐름에 따라 지난해 1년 동안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 개헌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올해도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개헌안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결정적으로 지유한국당이 개헌 시기를 6월로 못박는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개헌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결국 약속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이 꺼낸 카드는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1년 신년연설에서부터 국회가 개헌안을 만들되, 진척이 없으면 본인이 직접 발의하겠다고 공언했고, 2월 개헌안을 만드는 자문특위를 구성, 개헌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가 국회를 압박해 개헌 논의를 진척시킬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일정부분 그런 효과를 본 측면도 있다. 여야 정쟁에 멈춰있던 개헌 논의가 재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한 3월 20일이 다가오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야당의 반발로 인한 국회 논의 중단 사태가 명약관화해서 였다. 실제로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 후 한국당을 필두로 야4당은 청와대에 연일 개헌안 철회를 요구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개헌을 밀어부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여당의 협상폭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2월 초 여당이 내놓은 개헌안을 보면 권력구조는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하되 입법권·예산권·인사권·감사권 등 대통령의 4대 권한을 대폭 내려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야당과 협상할 때 여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통령안에서 4년 연임제를 못박고 4대 권한 축소폭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오면서 대야 협상이 더욱 어렵게 됐다. 야당들은 대통령안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강화시킨 것이라고 공격했고, 여당은 이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국면이 펼쳐졌다. 결국 6월 개헌투표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 시한인 지난달 23일 넘어서면서 6월 개헌투표는 불가능하게 됐다. 국회에서는 개헌 시점을 늦추더라도 개헌 협상을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하에서 개헌은 물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당만으로 개헌이 가능한 재적 3분의 2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하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라며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가 무산된 만큼 이제라도 자신이 발의한 개헌안을 철회하면서 국회와 신뢰를 쌓아야 6월 이후 개헌 추진이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 [文정부 1년]④고공비행 지지율 '양날의 칼' 우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촛불을 든 국민들. 사상 첫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통령 선거. 그리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 반세기에 불과한 한국 민주주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못지 않게 2017년 19대 조기 대선은 한국 사회에 큰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지난 1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의 특수성만큼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 덕에 비웃음거리였던 신베를린 선언을 시작으로 한반도 운전자론이 자리를 굳혔고, 11년만에 남북정상회담도 성사됐다. 문 정부는 이제 막 집권 2년차에 들어섰을 뿐이다. 취임 1년이 지나도록 꺾일 줄 모르는 대통령의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은 양날의 칼이다. 문재인 정부로선 청와대를 중심으로 힘있는 국정운영을 펼칠 수 있지만, 삼권 분립 체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갈등과 분열의 정치지형이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을 가속화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협치 내걸며 국회 찾은 文대통령…삼권분립 ‘글쎄’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열흘만인 지난해 5월 19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팽팽한 대치정국을 풀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취임 한달여만인 지난해 6월 12일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 추경 통과를 호소했다. 현직 대통령이 추경 시정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1일에도 429조원 규모의 2018년 예산안 처리와 협치를 호소하며 두번째 시정연설에 나섰다. 취임 1년이 됐다. 여야정 협의체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문 대통령과 4당대표가 외교안보 분야는 청와대가, 입법 관련은 국회 주도로 하는 여야정 협의체 투트랙 운영에 뜻을 모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이 자리에 제 1야당 자유한국당이 빠진 탓일까? 지난해 7월 당대표를 맡은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의 ‘쇼통’에 놀아나지 않겠다며 한사코 청와대 방문을 거절했다. 홍 대표는 지난 3월에서야 처음 청와대를 찾았다.내각 구성에서는 캠코더(캠프인사,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 인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야당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 ‘말뿐인 협치’라며 집단 반발했다. 결국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집권 초 줄줄이 낙마했다. 지난 달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해외 외유성 출장 논란에 스스로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사법부) 소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법성 여부를 물은 것 자체가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사법부에 판단을 넘긴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며 “삼권분립의 측면에서 꼭 필요했다면 총리가 나서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문 대통령은 협치를 얘기했지만, 야당과 정치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분열과 갈등의 정치에 머물러 있다”며 “대통령을 적대시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야당도 문제지만,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책임총리·장관제 ‘유명무실’ 지방분권 어디로?“국회나 정당이 의제설정 기능을 잃고 있다. 국민들이 답답해하거나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으면 청와대 청원 사이트로 가져간다. 청와대가 응답하면서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돼있는 관심사를 슬금슬금 표 안나게 당겨먹고 있다.”이는 한국당이나 보수야당의 발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친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의 얘기다. 지난해 11월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전 장관은 ‘국민청원’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현 정국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인 만큼 의회나 국회를 통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직접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반론도 있다. 권 실장은 “우리나라 권력구조를 봤을 때 대통령이 국민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방식은 정상적인 과정”이라며 “다만 과거 정부와 대통령이 이같은 방식에 매우 미흡해 국민청원이나 공론화 여론수렴이 어색해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집권 초 국정운영 동력이 있을 때 힘있게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책임 총리·장관제를 내걸고, 대통령 권력 분산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까지 발의한 문 대통령이라는 점에선 모순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방분권에 대해서도 현재 제도 하에서 가능한 부분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물론 지리멸렬한 야당과 제 목소리를 못 내는 여당으로 인해 국회(입법부)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것도 청와대 중심 국정운영을 막지 못하는 주된 이유중 하나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까지 예정돼 있지만, 청와대 이외의 외교안보 관련 부처의 존재감을 찾긴 어렵다. 강 교수는 “청와대 기획과 주도, 각 부서 집행이라는 과거 방식 대통령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청와대에 힘이 집중되면 소수에 의해 국정이 좌우돼 의사결정 왜곡, 부패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여론분석실장은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지만, 경제문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세 꺼질 수 있다”며 “민간부분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문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